파울로 코엘료 저 | 최정수  역
문학동네 | 2001.12.01

  "내 마음은 고통받을까 두려워하고 있어요"
  달이 뜨지 않는 어두운 하늘을 함께 올려다보고 있던 어느 날 그가 연금술사에게 말했다.




  책속에선 항상 "표지"라는 개념이 연속으로 등장한다.  모든 표지는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르켜주고 이끌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실로 나도 책을 읽으면서 "표지? 이딴게 삶 속의 나침반처럼 항상 가르쳐줘? 너무 이상적인거 아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무엇인가 깨닫게 된 것만 같다.

  오인용 라디오 업그라운드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다.  옛 중국 이야기중에 있는 이야기인데, 불량한 건달이 자신도 뭔가 깨달음을 얻고 싶어 산골의 유명한 학자에게 찾아가게 되었다.  정중히 예를 갖춰 깨달음을 얻기를 원하니 학자는 말했다.
  "깨달음? 헛소리 하지말고 밭이나 갈아라"
건달은 처음에는 역시 잡일부터 시작해야 하는거구나 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밭일을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햇수로 몇해가 지나도 학자는 밭일을 시키는 것 이외에 글자 한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러나 건달은 꿋꿋하게 밭을 갈았다.  그러던 어느날, 밭을 갈던 도중 "깡 - "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밭을 갈던 쟁기가 흙 속에 있던 기와조각에 부딫혀 난 소리였었다.  바로 그 때, 그 소리와 함께 그 건달은 크나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여기서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역시 인생은 한방이야." "될놈은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밭을 가는 그 긴 시간동안 건달이 아무 생각없이 밭을 갈았다면 그 기와조각을 치는 소리를 들었을때 과연 깨달음을 얻었을까?  아마도 "아놔 무슨 기와가 여기있냐"하면서 던져 버렸을 것이다.  다시말해서 그 건달은 긴 시간동안 사색에 잠겨 많은 생각을 했고, 그러한 생각들이 뒷받침되어 기와조각을 친다는 그 사소한 일을 가지고도 그것을 깨달음의 기회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왜 하는가?  바로 이 이야기와 연금술사 이야기는 일맥상통하는 뭔가가 있다.  바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연금술사를 읽고 "표지"라는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니 바로 그것은 일상생활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사소한 사건들.. 즉 자신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그러한 것들이라고 결론지어졌다.  꿈을 잊지 않고 준비하고 계속 따라간다면 찾아온 기회를 꽉 붙잡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꿈도 없이 방황하거나 꿈은 있지만 노력과 준비다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기와조각을 던져버린다거나 "한낱 양치기가 뭘 하겠어?"라는 생각에 잠겨버리고 말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얻게 된 것은 나에 대한 자신감이다.  사실 나는 마음에 휘둘려 이것도 하지않고 저것도 안하고 또는 시도도 하지않은 채 소극적으로 빠져버린 적이 많다.  뭔가 시작하면 안될것만 같고 꺼림칙한 기분.. 그것은 나의 마음이 고통을 두려워하는 것 뿐이다.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듯이 마음 또한 고통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통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얻는것도 없다.  No pain, No Gain.  그렇다.  언제까지나 마음에 휘둘려 산다면 인생의 실패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리고 사람들의 눈총이 무서워도 내 할일은 하자.  남의 시선을 신경써서 내 할일을 못한다? 이건 정말 바보같은 일이다. 

  p.s 파울로 코옐료, 연금술사,  이 책을 중간정도까지 읽었을땐 도저히 추천도서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냥 표지만을 이야기하는 어이없는 판타지 소설책만 같았다.  하지만 후반부 연금술사와의 대화를 통해서 뭔가 내 마음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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