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와 생활하다보니 사람마다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누군가는 유럽 여러개국을 몇년에 걸쳐서 여행했다거나, 유학을 다녀온 아이들 등..
이런 경험과 이런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과 나의 가치관은 많이 다른것 같았다.
이런 많은 것들을 가진 아이들도 있는 반면에, 사실 나는 그렇게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
어렸을 적부터 맞벌이를 하셨고, 생각나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라곤 매일 집에서 부업하실때 켜놓으셨던 스탠드에 비친 어머니의 옆얼굴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낮에 커튼을 친 어두컴컴한 방에서 자던 아버지 모습 뿐이다.

내가 지지리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웬만큼 사는 중산층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친척들도 내세울 것 하나도 없다.
외가쪽은 내가 태어날때 크게 다툰 이후로 이모 한분을 제외하고 모두 연락이 끊겼고, 친가쪽은 연락이 끊긴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대부분 못사는 편이다.
초등학교때 설날 이후 친구들이 모이면 하는 이야기에 세뱃돈 이야기가 빠질수가 없는데
몇몇 친구놈들은 몇십만원을 받았니, 무슨 게임을 받았니 하는데, 정작 나는 친척들에게서 받은 세뱃돈이라곤 최고 5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창피하다", "원망스럽다"라는 감정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 아이들이 내심 부럽기는 했다.
그리고 중, 고등학교 시절, 사실상 "메이커"와는 거리가 멀었다. 뭐 교복을 입고 다닌 점도 있었고, 내가 옷에 관심이 없기도 했었다.
그렇게 살다보니 너무 비싼 옷은 내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잘 입질 못하겠다.
남들은 비싼청바지 잘도 입고 다니고 내 친구중 한명은 그러더라
"야, 엄마랑 옷사러 가면 메이커 먼저 보고 싼 거 보고 난 다음에 은근슬쩍 이렇게 말해 "아 역시 메이커가 좋긴 좋네.." 그러면 엄마한테 메이커 뜯어낼수 있음ㅋ"
사실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긴 했지만 내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바뀔 확률도 없고 그냥 그녀석한테 안좋은 감정만 살까봐 그냥 웃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정 반대다. 어머니께서 비싼 옷을 사주려고 하시면 내가 나서서 말한다 "에이 됐어 너무 비싸잖아, 좀 더 싸고 좋은것도 많은데 뭐" 라고..
내가 너무 구두쇠같이 거지근성을 가지고 사는건지 그들이 너무 헤프게 사는건지 알수는 없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다른 아이들은 비싼거 십만원도 더주고 청바지를 사고 인터넷에 "청바지 추천"이라고 검색하면 20만원대 고가의 청바지가 뜨는 지금, 나는 인터넷에서 6만원짜리 청바지를 사는데에도 몇주간 고민했었다.
이처럼 나는 "부"라는 것을 쥐어보지 못했다. 누군가처럼 가만히 있더라도 유산으로 먹고 살만큼 넉넉한 형펀이 아니다.
지금 어머니 아버지께서 자취방 월세와 생활비, 학비를 일체 대주고 계시지만, 사실 언제까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제 슬슬 내 살길을 고민하고 탐색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친구도 아니고 선후배도 아니라 나 자신 뿐이다.
나 자신의 스펙으로 나, 그리고 미래의 가족들을 부양하고 먹여살려야 한다.
부도, 지위도, 명예도 갖지 못한 나로서는 가진 것이 몸뚱아리 하나 뿐.
현실을 직시하고 부지런하게 노력하자.
언젠가 다시 이 글을 보고 느끼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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